For The Record 130

전공의 면접 후기

한마디로 질렸다. 듣고만 있어도 낯간지러운 소리를 어쩜 그렇게 줄줄 읊을 수 있을까- 스스로를 그렇게 한껏 높일 수 있다니. 수석 졸업이다, MD 앤더슨에서 누굴 만나서 참 똑똑한 학생이란 말을 들었다, 자기 토익이 몇 점이다, 누구보다도 열정이 넘친다, 등등 일일이 기억조차 나지 않는 수많은 미사여구를 동반한 자화자찬의 향연이었달까. 그래, 요즘 세상엔 겸손한 게 미덕이 아니지. 그러고 보면 우리 친구들이 참 순수한 사람들이구나 싶었다. 갑자기 걱정된다. 나, 가서 잘 할 수 있을까?... (아직 발표도 안 났는데 마치 벌써 합격한 것 처럼 말하네...)

For The Record 2008.12.16

불안

#1. 다들 묻는다. 어디 썼어? 다들 말한다. 탁월한 선택이라고, 간지난다고.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시류에 영합한,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단견은 아닐까?... 여러모로 복잡해. #2. 시험이 일주일 남았는데 공부를 하나도 안 했네. 공부고 뭐고 짬이 나면 자기 바쁘니... 이러다가 떨어지는 건 아닌지- 아무리 전통적으로 티오가 하나 있어왔다고 해도, 이번에도 해줄지는 알 수 없잖아- 떨어지면 개쪽인데... ... 오늘 세시간만에 퍼시픽 산과 훑었다. 급하긴 급했나본데- 과연 주중에도 그럴 수 있겠어?...

For The Record 2008.12.06

선택 4

처음 지원하려던 과 전공의에게서 문자가 왔다. 시간 날 때 전화 달라고. 그래서 전화 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 - 인턴 Angelus 입니다. 바로 묻더군. - 선생님 안 쓸 거죠? - 네. - 그러면 지원 게시판에 1지망 바꿔주세요. - ... 네. 지금 실제로는 남자 수가 미달인데 내가 버티고 있으면 정원이 다 찬 줄 알고 안 올 수 있다네... 나 때문에 사람들이 안 쓰는 건 아닐 것 같은데...? 내가 그렇게 경쟁하기에 위협적인 존재인가? ㅋㅋ 아님 내가 같이 일하기 싫은 스타일인가? ㅋㅋ EK한테 전화왔던 걸 생각하면 그건 아닌 것 같은데 ㅋㅋ 바꿔달래서 바꾸긴 했는데, 아주 살짝 기분이 좀 그런데...

For The Record 2008.11.21

선택 2

어쨌든 쓰기로 했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쓸 수 밖에 없지만, 지금 잘 하는 짓인 걸까?... 사실 딱히 어느 과를 해야 겠다, 이 과는 정말 재밌어, 했던 적이 없어서. 어쨌든, 나에게 있어 의사는 삶의 수단 이니까- (그건 부인할 수 없어... 무슨 큰 뜻이 있어서 의사 한 것도 아니고...) 내 인생에 있어서 내가 여길 가야지 하고 내 맘대로 결정한 건 고등학교 갈 때랑, 대학원 갈 때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나마 그 대학원도 들어가자마자 때려쳤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남들이 못 끼어들게 하려고 수작을 부렸지만, 이래놓고 떨어지면 쪽팔려서 어떻게 살지?... 공부해야되는데-

For The Record 2008.11.15

8억 5천

그만큼 벌기도 힘든 액수인데... 근영씬... 천사야! 4년전 그런 생각을 했었다. 나중에 돈 벌게 되면 - 지금처럼 버는 거 말고 내 자리를 잡게 되면 - ' 한 학기에 학년 별로 한 명 정도는 등록금을 지원해줄까 ' 생명과학부를 버리고 온 '전과자'로서의 어줍잖은 죄책감도 있어서 ' 의대말고도 생명과학부까지 한 명씩 ' 그런데 계산해보니까 어휴...;; 지금 기준으로만 계산해도 한 학기에 4천, 1년이면 8천... 이건 거의 문양 수준인데... ㅋㅋㅋ 내가 돈을 많이 벌게 되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로 하자. 일단 지금으로선 좀 너무 버거운 목표인 것 같으니. 작년말에 공부방 아이들 돕는 나눔배너란 걸 단 적이 있는데 그냥 왠지 뿌듯했어- 사실 별 것도 아니었는데- 내 수준에 맞게라도 그렇게 남한테 ..

For The Record 2008.11.13

휴가 첫 날

오대산으로 단풍구경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횡성한우를 꿀꺽 생각해보니 어딜 간 게 6월 소아마취과 MT 이후로 처음이다. 더군다나 가족들하고는... 마지막이 언젠지도 기억이 안나는데. 좋은 거 많이 먹었다. 맑고 시원한 공기에 1++등급 횡성 한우까지- 나무 많은 곳을 걷는다는 건 참 즐거운 일이다. 시원하다 못해 서늘해서 땀도 별로 안 나고 공기도 맑고... 머리가 안 아파! 근데 확실히 운동부족은 운동부족인게- 한동안 안 아프던 무릎이 아파- 살쪄서 그래... 오프인 날 중앙공원이라도 좀 걸어야 할텐데... 색색으로 물든 가을산이 참 예뻤는데 사진을 좀더 잘 찍었더라면 좋았을 걸. 횡성한우 맛있던데... 육질도 부드럽고... 입안에서 살살 녹네. 1++등급 한우는 처음 먹어봤어- ('한우' 란 걸 먹어..

For The Record 2008.10.20

전화 한 통

갑자기 걸려온 전화 한 통- 모르는 번호다. 웬 할머니가, " Angelus 선생님이죠? " ... 8월달에 내가 응급실에서 진료는 아니고- 드레싱 한 번 해주고 접취시켰던 할머니였다. 이런- 뭔가 문제가 생겨서 혹시 고소하겠다는건가? 근데 뜬금없이 지금 만나는 사람 없으면 중매좀 서주고 싶다나- 뭐 일단은 지금은 일하느라 좀 바쁘단 말로 얼버무리긴 했지만;; 그냥 한 번 속는 셈 치고 해볼 걸 그랬나. 아니, 그건 그렇다치고, 대체 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아낸거야!!! - 아들 시켜서 병원에 물어봤단다. 정말이라면, 그렇게 쉽게 직원 정보를 노출시키면 안되지~이~!!!

For The Record 2008.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