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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쓰기로 했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쓸 수 밖에 없지만, 지금 잘 하는 짓인 걸까?... 사실 딱히 어느 과를 해야 겠다, 이 과는 정말 재밌어, 했던 적이 없어서. 어쨌든, 나에게 있어 의사는 삶의 수단 이니까- (그건 부인할 수 없어... 무슨 큰 뜻이 있어서 의사 한 것도 아니고...) 내 인생에 있어서 내가 여길 가야지 하고 내 맘대로 결정한 건 고등학교 갈 때랑, 대학원 갈 때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나마 그 대학원도 들어가자마자 때려쳤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남들이 못 끼어들게 하려고 수작을 부렸지만, 이래놓고 떨어지면 쪽팔려서 어떻게 살지?... 공부해야되는데-

For The Record 2008.11.15

8억 5천

그만큼 벌기도 힘든 액수인데... 근영씬... 천사야! 4년전 그런 생각을 했었다. 나중에 돈 벌게 되면 - 지금처럼 버는 거 말고 내 자리를 잡게 되면 - ' 한 학기에 학년 별로 한 명 정도는 등록금을 지원해줄까 ' 생명과학부를 버리고 온 '전과자'로서의 어줍잖은 죄책감도 있어서 ' 의대말고도 생명과학부까지 한 명씩 ' 그런데 계산해보니까 어휴...;; 지금 기준으로만 계산해도 한 학기에 4천, 1년이면 8천... 이건 거의 문양 수준인데... ㅋㅋㅋ 내가 돈을 많이 벌게 되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로 하자. 일단 지금으로선 좀 너무 버거운 목표인 것 같으니. 작년말에 공부방 아이들 돕는 나눔배너란 걸 단 적이 있는데 그냥 왠지 뿌듯했어- 사실 별 것도 아니었는데- 내 수준에 맞게라도 그렇게 남한테 ..

For The Record 2008.11.13

휴가 첫 날

오대산으로 단풍구경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횡성한우를 꿀꺽 생각해보니 어딜 간 게 6월 소아마취과 MT 이후로 처음이다. 더군다나 가족들하고는... 마지막이 언젠지도 기억이 안나는데. 좋은 거 많이 먹었다. 맑고 시원한 공기에 1++등급 횡성 한우까지- 나무 많은 곳을 걷는다는 건 참 즐거운 일이다. 시원하다 못해 서늘해서 땀도 별로 안 나고 공기도 맑고... 머리가 안 아파! 근데 확실히 운동부족은 운동부족인게- 한동안 안 아프던 무릎이 아파- 살쪄서 그래... 오프인 날 중앙공원이라도 좀 걸어야 할텐데... 색색으로 물든 가을산이 참 예뻤는데 사진을 좀더 잘 찍었더라면 좋았을 걸. 횡성한우 맛있던데... 육질도 부드럽고... 입안에서 살살 녹네. 1++등급 한우는 처음 먹어봤어- ('한우' 란 걸 먹어..

For The Record 2008.10.20

전화 한 통

갑자기 걸려온 전화 한 통- 모르는 번호다. 웬 할머니가, " Angelus 선생님이죠? " ... 8월달에 내가 응급실에서 진료는 아니고- 드레싱 한 번 해주고 접취시켰던 할머니였다. 이런- 뭔가 문제가 생겨서 혹시 고소하겠다는건가? 근데 뜬금없이 지금 만나는 사람 없으면 중매좀 서주고 싶다나- 뭐 일단은 지금은 일하느라 좀 바쁘단 말로 얼버무리긴 했지만;; 그냥 한 번 속는 셈 치고 해볼 걸 그랬나. 아니, 그건 그렇다치고, 대체 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아낸거야!!! - 아들 시켜서 병원에 물어봤단다. 정말이라면, 그렇게 쉽게 직원 정보를 노출시키면 안되지~이~!!!

For The Record 2008.09.28

주치의, 고민

하루에 신환 한 명씩, 그래서 현재 내가 주치의로 등록된 환자는 세 명. 한 명은 단기 항암 치료 환자, 다른 한 명은 조직검사 위해 입원한 환자라서 별 어려운 건 없는데 처음 받은 환자는 건강검진에서 당뇨 있다 듣고 초기 관리 위해 입원한 그야말로 '쌩신'. 덕분에 학생때도 안하던 공부를 뒤늦게 하고 있다. (거의 다 병동 주치의 선생님과 펠로우 선생님 말을 듣고 결정하는 거지만...)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름 책임감도 생기고, 배우는 것도 있고, 보람도 있고. 그래, 아직까진 괜찮아. 할 만 해. 나름 재미도 있어. 그러나... 이것도 몇 명 안 될 때 얘기지- 내년부터 환자를 떼로(?) 볼 생각을 하니...후- 이래저래 어느 과를 가야 할 지 점점 고민이다... 이제 슬슬 마음을 정해야 할 때인데.

For The Record 2008.09.03

easy come, hard go

한 달 간의 집 공사가 끝나고 이제 슬슬 정리되어 가는 이 마당에 신경쓰이는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책장 가장 아랫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생명과학부 시절의 전공서적들... 내가 앞으로 이걸 볼 일이 있겠어? 나온지 벌써 7,8년 된 책이고 벌써 개정판도 몇 차례나 나왔을텐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책을 쑥 훑어보니, 이건 뭐, 별로 공부도 안 했네... 책이 깨끗해!... 버려야겠다, 고 생각하며 다 꺼내어놨는데 막상 버리려니까 또 아깝네... 이쪽 계열 책들이 표지가 예쁜 게 많아서 은근 장식에도 도움이 되고... - 아 참으로 간사한 사람의 마음이여 - 항상 느끼는 거지만, 모으는 건 쉽고 버리는 건 어렵다.

For The Record 2008.08.31

예진실 인턴의 하루

예진실 인턴은 무엇을 할까? 그 첫 번째 시간. 환자가 뜸한 시간에, 예진실 인턴은- 계속 환자 명단을 확인한다. EMR의 '환자선택'에서 주기적으로 "조회"를 클릭. 신환이 있는지, 그리고 마지막 환자의 주치의가 누구였는지. 1. 신환이 없으면 하던 일 하면서 클릭 클릭 클릭 클릭- 2-1. 마지막 환자의 주치의가 나와 같이 일하는 선생님이면 편안하게 룰루랄라- 2-2. 그렇지 않으면 - 다음에 오는 환자는 내 환자구나 - 아직 환자가 오지도 않았는데 마음을 짓누르는 이 불안감...예기불안?! 환자도 없는데 마음이 불편해서 즐겁게 하던 일을 할 수가 없다. 3. 환자가 오면 긴장하며 환자 받을 준비. 수진이력을 보면서 과거 병력을 파악하고 - 복잡한 환자는 피곤해요 - 간호사들의 초기문진을 들으면서 방..

For The Record 2008.08.15

커피 한 잔

매우 드물게 네시 반 정도에 수술장 일이 끝나서 - 정확히는 더 이상 내가 일하는 64병동 환자가 없었기 때문에 - (당직실에서 쉬지 않고!) 병동에 쌓인 일을 처리하고 나니 너무 졸려 - 사실 오전 8A 수술이 복강경 수술이라 당직실에서 거의 3시간을 잤음에도 불구하고 - 글로리아 진스에 커피를 마시러 갔다. 카운터 앞에는 4월에 보라매 ER 내과 담당 중 한 분이었던 3년차 K 선생님이 계셨다. 나는 당직식권을 열심히 뜯으면서 못본 척 하고 있었는데 K 선생님은 나를 발견하고 이리 오라며 오랜만에 만났는데 한 잔 사주겠다고.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원 샷 추가를 하고 싶었지만, 얻어먹는 마당에 추가까지 하긴 뭣해서. K 선생님 曰, '이젠 좀 잘 하나? 흐흐' ER에서 많이 혼냈지만 자기도 인턴때 ER에..

For The Record 2008.07.23

짜증나는 밤

#1 일 하나 하고 당직실에 와서 침대에 누우면 다시 콜이 오고 또 다시 가서 하고 오면 다시 콜이 오고 벌써 수 차례 반복하고 있다 #2 내일 들어갈 수술방엔 수술이 6개, 게다가 내가 일하는 병동 환자가 마지막이어서 끝까지 있어야 한다. 앞에 다섯 명은 다 다른 병동 환자... #3 아무래도 나는 별로 호감가는 인간이 아닌가 보다. 누구에게도 별 임팩트가 없는 그런 존재. 지쳤다. 그냥 포기하고 살랜다.

For The Record 2008.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