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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골키퍼는 누구였을까

10년 전인가... 그래, 이제 정말 10년전 일이다. 대학교 1학년 때 일이니까. 다들 PC방에서 스타나 레인보우 식스를 하던 시절 난 주로 피파 99 를 했다. (주류에서 벗어나 있는 건 예나 지금이나... ) 난 아는 사람만 아는 맨유빠이므로 대결할 때면 나는 언제나 맨유, 그리고 내 친구녀석은 유벤투스. 피파를 할 때면 언제나 세계 최고의 골키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맨유빠가 된 결정적인 원인은 피터 슈마이켈 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난 슈마이켈이 세계 최고라고 주장했고, 그 녀석은 반 더 사르를 밀었더랬다. 우리의 대결은 곧 골키퍼의 대결이었다. 상대팀 골키퍼를 묵사발로 만들기 위한 대결이었다고나 할까. 대부분 내가 큰 점수차로 이겼기 때문에 항상 난 '역시 슈마이켈!' 을, 그 녀석은 '..

For The Record 2009.02.25

정말 나다운 것

숙원사업 중 하나인 ' DVD로 저장중인 모든 드라마/애니 하드에 모으기' 작업 중이다. 잠깐 방에 들어오신 어머니 曰 ' 그동안 뭐하고 마지막 날- 정말 너 답다' 그렇지, 마지막 날이지- 언제 다시 보게 될 지도 모르는데 이제서야 이걸 하고 있네... 정말 나 답다. 뭐 해야지, 뭐 해야 되는데 하면서 귀찮아하면서 미루고 미루다가 마감시간 닥쳐서 허둥지둥, 아니면 그냥 못하고 마는...

For The Record 2009.02.24

Depressive Mood

난 붙을 줄 알았다. 원서 접수 마지막날 아침에 빨리 내라고 전화 오고, 과별 면접 끝나고 레지던트들이랑 밥먹으면서 이제 의국 들어올 거니까 말 놓겠다느니, 아마 조금 일찍 부를 거라느니 설레발을 치고, 원장단 면접에서도 그동네 1등하고 나한테만 질문 하나씩 하고 끝내길래 난 붙을 줄 알았다. 열심히 isolation 하고 있는 중이다. 심리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원래도 사교성이 좋은 건 아니었지만 사람 만나는 게 더욱 꺼려지네. 이제 무슨 시험이든 낙방한 사람들의 심정을 조금 알 것 같아.

For The Record 2008.12.24

故人에 대한 기억

ER 예진실에 근무하고 있던 8월, fever와 dyspnea를 주소로 방문한 그 분을 진료했었다. 3월에 처음 진단 받을 때의 기록을 보고 한 번 놀라고, (그제서야 폐암 판정을 받았단 기사를 읽은 기억이 얼핏 떠올랐었다.) 진료 당시의 너무나도 완연한 병색에 또 한 번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더랬다. 오늘, 타계 소식을 들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For The Record 2008.12.16

전공의 면접 후기

한마디로 질렸다. 듣고만 있어도 낯간지러운 소리를 어쩜 그렇게 줄줄 읊을 수 있을까- 스스로를 그렇게 한껏 높일 수 있다니. 수석 졸업이다, MD 앤더슨에서 누굴 만나서 참 똑똑한 학생이란 말을 들었다, 자기 토익이 몇 점이다, 누구보다도 열정이 넘친다, 등등 일일이 기억조차 나지 않는 수많은 미사여구를 동반한 자화자찬의 향연이었달까. 그래, 요즘 세상엔 겸손한 게 미덕이 아니지. 그러고 보면 우리 친구들이 참 순수한 사람들이구나 싶었다. 갑자기 걱정된다. 나, 가서 잘 할 수 있을까?... (아직 발표도 안 났는데 마치 벌써 합격한 것 처럼 말하네...)

For The Record 2008.12.16

불안

#1. 다들 묻는다. 어디 썼어? 다들 말한다. 탁월한 선택이라고, 간지난다고.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시류에 영합한,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단견은 아닐까?... 여러모로 복잡해. #2. 시험이 일주일 남았는데 공부를 하나도 안 했네. 공부고 뭐고 짬이 나면 자기 바쁘니... 이러다가 떨어지는 건 아닌지- 아무리 전통적으로 티오가 하나 있어왔다고 해도, 이번에도 해줄지는 알 수 없잖아- 떨어지면 개쪽인데... ... 오늘 세시간만에 퍼시픽 산과 훑었다. 급하긴 급했나본데- 과연 주중에도 그럴 수 있겠어?...

For The Record 2008.12.06

선택 4

처음 지원하려던 과 전공의에게서 문자가 왔다. 시간 날 때 전화 달라고. 그래서 전화 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 - 인턴 Angelus 입니다. 바로 묻더군. - 선생님 안 쓸 거죠? - 네. - 그러면 지원 게시판에 1지망 바꿔주세요. - ... 네. 지금 실제로는 남자 수가 미달인데 내가 버티고 있으면 정원이 다 찬 줄 알고 안 올 수 있다네... 나 때문에 사람들이 안 쓰는 건 아닐 것 같은데...? 내가 그렇게 경쟁하기에 위협적인 존재인가? ㅋㅋ 아님 내가 같이 일하기 싫은 스타일인가? ㅋㅋ EK한테 전화왔던 걸 생각하면 그건 아닌 것 같은데 ㅋㅋ 바꿔달래서 바꾸긴 했는데, 아주 살짝 기분이 좀 그런데...

For The Record 2008.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