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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백신 후기

* 개인적인 경험임을 밝힙니다. #1. 간헐적으로 코로나환자 진료에 관련되어 있었기에 (입원환자 배정이라던가... 생활치료센터 파견이라던가...) 백신 수요 조사시 진료 의료진 중 한 명으로 분류되어, 퇴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 직장 화이자 백신 접종 대상자에 포함되었다. 3월 둘째 주에 이전 직장을 방문하여 1차 접종을 받았고, 정확히 3주가 지나서 4월 첫 주에 2차 접종을 받았다. 해외에서의 접종 상황을 통해 알려진 바로는 아스트라제네카는 1차 접종 후가, 화이자는 반대로 2차 접종 후가 상대적으로 힘든 편이라고 했다. 주변에서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지인들은 상당수가 1차 접종 후 짧게는 하루, 길게는 3-4일까지 근육통과 간헐적인 발열, 피로감/무기력함을 겪으며 아세트아미노펜 혹은 NSAI..

For The Record 2021.04.06

The Road Not Taken

오늘 또 한 곳의 대학병원 자리를 최종적으로 거절하였다. (이렇게 하나씩 모병원 교수님들과의 연을 끊는 것인가. ㅋ) 마음 속에 남아있는 '스탭병(staff病)'이 아직 다 낫지는 않아서인지 한편으로는 자꾸 아쉬움에 뒤돌아보게 되지만, 이미 작년말 췌담도 자리 몇 군데를 거절했는데 이제 와서 또 다른 병원 (게다가 자병원 오픈하면 전공의도 없는 곳으로 갈 자병원으로 가능성이 높은) 의 상부 위장관 스탭으로 가는 것이 웃기기도 하고, 몸과 마음이 많이 지치기도 했고 (상급종합병원에서 일하시는 윗분들께서 읽으시면 코웃음칠 이야기지만), 학문적으로 뭔가 의미있는 걸 이뤄낼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어려운 시술 전후로 이런 저런 스트레스 받으며 밤잠 설치는 것도 힘들고, 경제적인 이유도 있고... '돌아올 수..

For The Record 2021.02.02

3년간 얼마나 노예처럼 일을 해왔는가

이제 현 직장에서의 생활이 2개월 정도 남은 상태라, 3년간의 노예로서의 삶을 정리해보고자, 18.3월부터 20.10월까지의 진료실적과 시술에 대한 통계를 내보았다. 1. 진료실적 월 평균 외래 환자는 499명이었고, 이 중에서 병원 자체 신환은 22명, 내 외래 초진 환자는 148명이었다. 1년차 때는 평균 475명이엇고 2-3년차때는 515명 정도였는데, 2-3년차때는 시술 스케줄 때문에 목요일 오후 외래를 한 시간 정도 단축시켰으므로, 이를 보정한다면 1년차때와 비교시 한 달에 약 한 세션 정도가 줄어든 셈이다. 만약 세션을 단축시키지 않았다면 월 평균 진료 인원은 40명 정도 늘었을 가능성이 있겠다. 월 평균 병동 및 응급실에서 받은 타과의뢰 수는 105건이었다. 첫 해에는 136건이었고 2년차때..

For The Record 2020.12.17

현실 인식과 발상의 전환

지난 주 ㄱㅈㄴ과의 술자리는 근래 최악의 자리였다. 내가 소모품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게 해주었기에. 애초에 가고 싶었던 자리도 아니었는데 험한 말만 들었으니. '뭐지, 이 사람 지금 나보고 알아서 나가라고 하는 건가.' 처음엔 까짓거 나가버릴까 싶었는데, 다음 날 출근 준비를 하면서 나갈 땐 나가더라도, 그 동안 등골 뽑아먹힌 것 만큼은 나도 빨아먹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일 년 동안, 나가서 요긴히 써먹을 수 있는 스킬 하나 정도는 만렙으로 올려놓고 가야지... 재계약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내가 맞짱을 뜰 레벨은 아니지만 굳이 비굴하게 접고 들어갈 필요도 없으니까... 이렇게 생각하니 맘이 편해지고 자연스럽게 주위를 둘러볼 수 있게 되었다. 나와 가족의 삶으로. 나는 비록 직장에서..

For The Record 2018.11.13

오랜만에 본 시험

민망하긴 하지만 어쨌든 시험이다. 너무나도 명백한 결격사유가 있지 않는 한 웬만하면 합격하는 '자격인정시험'... 그래서 시험 문제도 거의 대부분 족보와 풀링을 바탕으로 나왔고... 돌이켜 생각해보니, 비록 다는 아니지만 상당수는 '보자마자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 중에 기본적인 내용들이 문제로 나온 것 같다. 시험을 위해 많은 시간을 쏟아붓지는 않았지만 훑어보면서 전문의 시험때 공부했던 것들도 간략하게나마 되새겨볼 수 있었던 것 같고. (물론 그 정도 수준까지 다시 보지는 않고- 아 이런 것도 있었지, 이런 게 항상 헷갈렸는데, 뭐 이런 것들...) 분과에만 매몰되어 있다보니 이런 계기로 다시 기억을 떠올리게 되어 귀찮지만 나쁘지 않았다... 앞으로 인생에 이런 필기시험이 몇 번이나 남아있을런..

For The Record 2017.06.24

2월이 되었다

어김없이, 직원식당에서 '퇴직예정자' 라고 직원카드인식이 거부되는 시기가 왔다. 정말 퇴직예정자면 억울하지나 않지. 퇴직예정이면 좋겠다 싶은 요즘인데. 1년 단위로 퇴직/신규입사 형태로 처리되기 때문에 행정적으로는 퇴직예정자가 맞고, 카드로 결제한 식대는 다음달 월급에서 차감되므로 먹튀 방지를 위하여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안 되는 건 안다만. 재등록하러 가기는 귀찮고 식권줄은 길고… 불행중 다행인 건미니 컵라면이 세 박스 정도 있다는 것…?

For The Record 2017.02.01

생각만 가득

매번 집에 올 때마다 읽지 않은 - 읽었어도 제대로 읽지 않은 것이나 다름 없는 - 수 많은 책들의 컬렉션을 앞에 두고. 무슨 책부터 다시 읽어볼까? 어느 분야부터 손을 댈까? 서점에 가서는 - 한 달에 몇 번 가지도 않지만 - 이것저것 들어보면서 어느 책을 사서 읽어볼까? 작가별로 쭉 읽어볼까?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정작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 어차피 읽을 시간도 없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남는 시간에 논문 한 줄이라도 더 써보려는 노력도 없고, 공부도 안하고 있는데 말이지... 라고 자조하면서.

For The Record 2017.01.28

길냥이

가볍게 운동을 하고, 씻고 나가기 전 환기를 시키려고 창문을 열었는데 실외기가 설치된 (아마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곳이겠지) 창고 지붕 위에 앉아있는 길냥이와 눈이 마주쳤다. 우리 집 쪽을 향해 앉아있는데 괜히 짠해서 뭐 줄 게 있나 찾아보다가 연어롤이 생각나서 연어 몇 점을 깨끗이 물에 씻어 창밖으로 던져줬다. 처음엔 좀 경계하는 듯 하더니 던져주는 족족 깨끗이 먹는구나. 다 먹고 다소곳(?)하게 앉아서 계속 우리 집쪽을 쳐다보고 있는데… 더 줄게 없다 임마…

For The Record 2017.01.26

압박

아침 일곱 시 반에 영상의학과 교수님과의 토의를 마치고 병동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그 때 출근하는 주치의를 만남. 교수님이 주치의에게 출근 일찍 하라며 내 어깨를 툭 치며 " Angelus 선생은 아침 여섯 시 사십 분에 출근해서 밤 열 한 시까지 연구하다가 가는데, 일찍 나와야지~" … 열 한 시까지 연구를 하다가 가라, 빨리 논문 써서 보내라는 너무나도 직접적인 압박이로군.

For The Record 2017.01.26

공단검진

왜 서울대병원에서 공단 검진 같은 걸 하는 걸까? 하더라도 건강증진센터면 모를까 본원 내시경센터에서… 일반의 세션을 담당하는 전임의 1년차들보다 강호에서 활동하며 오랜 경험을 가진 선생님들의 실력이 나으면 나았지 뒤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며. 대형 3차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는 기형적인 의료시스템을 공고화시키고 의료재원을 낭비하는 일일 뿐이다. 세속적으로는 로컬의 밥그릇을 빼앗는 일이기도 하고. 결코 내가 공단검진 내시경을 하기 싫어서가 아님. 나야 하나라도 더 하고 나가면 그게 다 경험이 되는 거니까 나쁠 게 없다. 한 명에 5분 남짓, 길어야 10분 정도 걸리는 위내시경 몇 명 하는 것이 무슨 대수인가.

For The Record 2017.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