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9

인턴 임용장

책장 정리를 하던 중 '임용장' 이란 게 나왔다. 인턴에 임함. 진료부문 근무에 명함. 인턴 오리엔테이션 조별 모임할 때 지도 교수도 아닌, 그렇다고 담당 교수라고 하기도 애매한 젊은 교수님께서 한 명씩 호명해서 '수여식' 을 하던 생각이 나서 쓴웃음이 나왔다. 무슨 대단한 감투라고 그런 쇼를 하고 또 우리는 좋다고 박수를 쳤는지... 그래봐야 병원내 최하 클래스의 서번트일 뿐인데...

For The Record 2010.05.05

선택 4

처음 지원하려던 과 전공의에게서 문자가 왔다. 시간 날 때 전화 달라고. 그래서 전화 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 - 인턴 Angelus 입니다. 바로 묻더군. - 선생님 안 쓸 거죠? - 네. - 그러면 지원 게시판에 1지망 바꿔주세요. - ... 네. 지금 실제로는 남자 수가 미달인데 내가 버티고 있으면 정원이 다 찬 줄 알고 안 올 수 있다네... 나 때문에 사람들이 안 쓰는 건 아닐 것 같은데...? 내가 그렇게 경쟁하기에 위협적인 존재인가? ㅋㅋ 아님 내가 같이 일하기 싫은 스타일인가? ㅋㅋ EK한테 전화왔던 걸 생각하면 그건 아닌 것 같은데 ㅋㅋ 바꿔달래서 바꾸긴 했는데, 아주 살짝 기분이 좀 그런데...

For The Record 2008.11.21

선택 2

어쨌든 쓰기로 했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쓸 수 밖에 없지만, 지금 잘 하는 짓인 걸까?... 사실 딱히 어느 과를 해야 겠다, 이 과는 정말 재밌어, 했던 적이 없어서. 어쨌든, 나에게 있어 의사는 삶의 수단 이니까- (그건 부인할 수 없어... 무슨 큰 뜻이 있어서 의사 한 것도 아니고...) 내 인생에 있어서 내가 여길 가야지 하고 내 맘대로 결정한 건 고등학교 갈 때랑, 대학원 갈 때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나마 그 대학원도 들어가자마자 때려쳤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남들이 못 끼어들게 하려고 수작을 부렸지만, 이래놓고 떨어지면 쪽팔려서 어떻게 살지?... 공부해야되는데-

For The Record 2008.11.15

예진실 인턴의 하루

예진실 인턴은 무엇을 할까? 그 첫 번째 시간. 환자가 뜸한 시간에, 예진실 인턴은- 계속 환자 명단을 확인한다. EMR의 '환자선택'에서 주기적으로 "조회"를 클릭. 신환이 있는지, 그리고 마지막 환자의 주치의가 누구였는지. 1. 신환이 없으면 하던 일 하면서 클릭 클릭 클릭 클릭- 2-1. 마지막 환자의 주치의가 나와 같이 일하는 선생님이면 편안하게 룰루랄라- 2-2. 그렇지 않으면 - 다음에 오는 환자는 내 환자구나 - 아직 환자가 오지도 않았는데 마음을 짓누르는 이 불안감...예기불안?! 환자도 없는데 마음이 불편해서 즐겁게 하던 일을 할 수가 없다. 3. 환자가 오면 긴장하며 환자 받을 준비. 수진이력을 보면서 과거 병력을 파악하고 - 복잡한 환자는 피곤해요 - 간호사들의 초기문진을 들으면서 방..

For The Record 2008.08.15

짧은 수술이 좋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나는 같은 시간을 수술방에서 보내더라도 turnover가 빠른 게 좋다. (turnover가 빠르다는 건 짧은 수술이 여러 개 잡혀있다는 말이 되겠다) 긴 수술에 들어가 있으면 편히 쉬면서 가끔씩 졸리면 잠도 자고, 심심할 때 몰래몰래 딴 짓도 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모니터링만(?) 한다는 건 지루한 일인데다가 별로 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한 시간 짜리 수술 들어가면 정말로 순식간에 끝나기 때문에 수술 시작하자마자 얼른 마취기록 정리하고 잠깐 숨돌리면 곧 수술 끝날 때 되어 마무리 준비 들어가야 하고 끝나면 곧바로 다음 환자 맞을 준비해야 해서 나같이 빠릿빠릿하지 못하고 굼뜬 사람은 좀 불리(?) 할 지 모르지만 그래도 나름 바쁘기 때문에 내가 ..

For The Record 2008.06.09

소아 마취과에 어서오세요!

3개월간의 보라매 하드 트레이닝을 마치고 본원으로 파견 나왔다. 그동안 고생했으니 좀 쉬라는 뜻인지 6월의 턴은 바로 소아 마취과! 아무리 늦어도 6시 전에 퇴근한다는 바로 그 소마! 원래 세 명이 도는데 이번 달엔 한 명 더 추가되어 네 명이 도는, 그래서 당직을 7일만 선다는 바로 그 소마! 남는 게 시간인 만큼 잘 써야 할 텐데... 그래서 일단은 애니메이션도 좀 보고 (이미 목록은 만들어 놓았어) 소개팅도 좀 하고 (이 기회를 살릴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만들지 않은 건프라도 좀 만들고 (포스 임펄스 사고 싶다) 책도 좀 읽어보고 (만화책은 아니겠지) 앗, 이러는 사이 벌써 3일이나 지나갔잖아! ㅠ.ㅠ

For The Record 2008.06.03

한 달 만에

4월 턴 보라매 응급실도 이제 막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중- 비교적 확실하게 보장된 온-오프 시간 덕분에 집에 와서 그동안 밀렸던 애니메이션도 완결지을 수 있었다만은... 윗사람한테 이리저리 깨지고 환자 및 보호자들과의 이런저런 이벤트들을 겪으면서 얻은 마음의 상처는 어찌할고... " 선생님, 이 랩을 보면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 " 아니 선생님, 제가 몇 번을 말씀드렸잖아요 " " 자꾸 이딴 식으로 할거야? 어제부터 " 컨택하는 전공의들의 반응 중 기억에 남는 대사들... 이것들 말고도 주옥같은 명대사들이 수두룩하지만 더 말해서 뭣하랴- 더 길게 쓰고 싶지만 내일 또 출근해야 하니 이제 그만 자야지... 4월의 마지막 24시간 오프, 벌써 10시간 잤고 앞으로 6시간을 더 잘 예정..

For The Record 2008.04.24

짱돌이 별거냐

'짱돌인턴' 이란 결국 한 사람 몫을 하지 못하는 인턴이다. 지금 인턴 수준에서의 일이라 함은 결국 이런저런 수기들인데, 내가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면 환자는 계속해서 찔려야 하니까 아파서 짜증 또 그 일이 간호사나 주치의들에게 넘어가거나 다음 날로 미뤄지게 되고 주치의는 안 그래도 바쁜데 일은 진행 안되고 자가가 직접 손까지 써야 하니 짜증 간호사들은 환자랑 주치의에게 들들 볶여서 짜증 내가 안 되면 바쁜 동료 인턴에게라도 부탁을 해야 하는데, 다들 할 일이 쌓여있는데 거기에 남일까지 해줄라니 짜증 결국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게 되고 모두에게서 미움을 받는다. 그런 면에서 보면 벌써 3주가 지났는데도 수기가 익지 않아 고생하는 나는 짱돌인턴이군-

For The Record 2008.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