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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무리] (2007.8) Schmeichel returns to EPL

Angelus 2011. 1. 3. 00:35


'올해 나는 맨시티를 밀겠다'고 하니 다들 그 이유를 궁금해했다. 내가 맨시티를 미는 이유는 단 하나-카스퍼 슈마이켈. 그의 실력 때문이 아니라, 단지 나의 영웅 피터 슈마이켈의 아들이기 때문에. 


지난 3라운드는 사실 리버풀과 첼시의 대결이 가장 빅 매치였겠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맨유와 맨시티의 더비 매치가 중요했다. 맨유를 가장 좋아하면서도 맨시티가 골을 먹지 않았으면 하는... 그날 관중석에 있던 피터 슈마이켈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리고 방금 전에 끝난 아스날전. 골을 먹진 않았지만 전반엔 몇 번 실수도 있었다. 후반, 66분, 드디어 무실점 행진이 끝날 순간이 찾아왔다. 마이카 리처즈의 파울로 페널티, 키커는 반 페르시. 설마 막아낼까?... 막아냈으면 좋겠는데...... 



막았다!!!!!
가운데로 후려찼는데 그게 슈마이켈의 발에 걸렸다. 그 때부터 시작이었다. 계속되는 아스날의 맹공, 이를 막아내는 슈마이켈. 반 페르시의 롱슛을 품에 안고 파브레가스의 강슛도 골대 뒤로 쳐내고... 

후반 80분 파브레가스에 의해 무실점 행진이 깨지는 순간 그렇게 허탈할 수가 없었다.
슈팅이 워낙 좋았고 키퍼가 평생 한 골도 안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너무 아쉬웠다. 이러면서 무너지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되고. 원래 잘 버티다가 한 번에 처참히 무너지는 경우를 많이 봐왔지 않나. 그러나 결과적으로 내 걱정은 기우였다. 조금 뒤 로시츠키, 우측 풀백 촐루카를 제치고 때린 강슛- 몸을 날려 펀칭. 

...
오늘 경기의 텐션이 최고조에 이른 시간이 왔다. 추가시간에 얻어낸 맨시티의 코너킥. 슈마이켈이 뛰어왔다. 여기서 넣으면 진짜 대박인데... 그 순간 슈마이켈의 '분노의 헤딩슛'- 다른 선수의 몸에 맞긴 했지만 날카로운 공의 궤적- 진짜로 들어갈 뻔 했다. 


경기는 결국 아스날의 승리로 끝났지만 중계 카메라는 결승골의 주인공 파브레가스가 아닌, 카스퍼 슈마이켈을 잡아주었다. 오늘 경기를 통해 축구팬들에게 확실히 '카스퍼 슈마이켈'이란 존재감을 심어줬으리라. 전설 '피터 슈마이켈의 아들'이 아니라 어엿한 골키퍼로
이렇게 뜨는 시기가 있으면 또 가라앉는 때가 있을 것이다. 본인도 경험이 부족하고,  안정되지 않은 팀의 전력을 생각해봐도 그렇고. 그러면 또 오늘처럼 마구 칭찬해대던 수많은 사람들과 언론들은 언제 그랬냐는듯 앞다투어 비판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과정을 잘 이겨내고 아버지같은 진짜 대선수가 되길 바란다. 지금까지 수많은 유망주를 접했지만 이 친구처럼 꼭 대성했으면 하는 선수는 없었다. 정말 훌륭한, 세계적인 선수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맨유로 이적해서 아버지처럼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오늘 경기 후 아스날의 아센 벵거 감독의 말. 'The penalty flashed in 1999 - Bergkamp versus Schmeichel - through my mind.  I hoped history wouldn't repeat but it happened again - let's hope we don't meet his grandson!'



그는 맨시티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하부리그를 전전하다 현재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