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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여행

호쿠토세이(북두성), 카시오페이아. 우에노와 삿포로를 연결하는 일본의 침대특급열차 노선이다. 호쿠토세이는 2013년인가에 운행이 종료되었고, 카시오페이아도 올해 3월말을 기점으로 운행이 종료될 예정이라고 한다. 허니와 클로버를 다시 보고 있는데 하필이면 두 열차가 어제 몰아본 (각각 다른) 편에 등장했다. 10년 전에 처음 볼 때는 찾아볼 생각도 없었고, 지금처럼 위키가 활발하지도 않았을 거고, 여행에 별 관심이 없었기에 그냥 넘어갔는데, 살다보니 이런저런 배경지식들이 쌓이고 다시 예의 사소한 데에서 쓸데없는 의미찾기 병이 도지고 있는 터라... 공교롭게도 두 열차가 모두 침대차라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침대차에서의 기억이었는데. 침대차에서 밤을 보낸 건 두 번 정도 였던 것 같다. 본4때 약 3주에 걸..

For The Record 2016.01.28

전문의 시험을 마치고.

1차 시험이 꽤 쉬웠던 탓인지 2차 시험은 실제로도 어려웠고, 체감난이도는 그보다 훨씬 높았다. 시험 당일 잠을 잘 못자서 머리가 잘 안 돌아가는 느낌이 있었던 탓도 있고, 화면을 보고 푸는 문제여서 한 문제당 주어지는 1분 남짓한 시간이 지나가면 그 문제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할 수 없고, 답을 한 번 잘못 쓰면 수정할 수 없다는 핸디캡 아닌 핸디캡이 주어지긴 했지만, 4년간 수련하고 마지막 두 달간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 물론 열심히 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 확실하게 안다고 말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물론 뭐 시험을 통과하는 데에는 큰 문제는 없었(다고 믿고 싶)지만... 본과 4년, 인턴 1년, 군의관 3년, 레지던트 4년을 합치면 12년이다. 12년 동안 공부해서 도달한 수준이 고작 이 정도..

For The Record 2016.01.26

속단

장례식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근조기를 배달하러 오신 어르신께서 50기면 몇 년 입학이냐고 물어보셨다. 일단 내가 몇 기인지조차 모르는데다가, 마침 한창 조문객이 몰리는 시간이기도 해서 웃으면서 잘 모르겠다고 넘어갔다. 조문객들에게 인사하고 조의금 관련 일을 하고 있는데 어르신께서 내분비내과 교수님 성함을 말씀하시네. 내분비내과에 OO 이라고 있지요? ' OO 교수가 내 주치의요 라고 하려나.' OO이 내 고등학교 제자요. 뫄뫄고 몇 기. 겉모습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고 그렇게 되뇌이면서도 어쩔 수 없는 한심함이란. 궁금해졌다. 그 일을 하고 계신 연유가.

For The Record 2016.01.24

휴식

​​아무도 없는 (물론 중간중간 일이 있는 사람들이 한 두 명 들어왔지만) 연차방에서 마치 전세낸 것 마냥 불을 꺼놓고 허니와 클로버 정주행을 시작했다. 허니와 클로버. 12월 중순이 넘어가면서부터 다시 보고 싶어졌던 왕년의 청춘만화. 청춘의 바이블이요 레전드인 애니메이션. 10년 전 감성과 지금의 그것은 조금 다르지만, 그 울림은 여전하더라.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케모토에 감정이입되는 건 똑같다는... 1주 남짓한 시간, 어떻게 보내더라도 다시 일하기 시작하면 지금 이 시간이 아쉽고 후회스러워 지겠지. 어차피 그럴 것, 내 스타일대로 내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시간 보내면 되지... 사실 심적 물질적 여유도 없기도 하거니와. ​​​​

For The Record 2016.01.22

조혈모세포 채집에 대한 단상

'성덕 바우만' 이라는 분이 골수 이식을 받아야 하는데 미국내에 맞는 사람이 없었고, 우리나라에 그 사연이 전해져 조혈모세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적합한 공여자가 나타나서 잘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아는데... 문제는 그 에 기증자가 후유증으로 고생한다는 듯한 뉘앙스의 잘못된 기사들이 나면서 일반인들이 이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되고,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확 줄었다는 것. 조혈모세포 기증을 위해 입원했는데 가족이 찾아와서 뺨을 때리고 강제로 데려갔다던가 하는 일화도 구전되고 있을 정도이니... 지금은 그 때 보다야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조직적합항원이 맞는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증을 거부하여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아직도 종종 본다. 아직도 ..

카테고리 없음 2015.12.24

조영제 과민반응

흔히 생각하는 알러지는 특정 물질에 대한 IgE가 작용하여 생기는 면역반응이므로 반응 검사를 통해 예측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조영제에 의한 shock/anaphylaxis는 일종의 idiosyncratic reaction 이어서 현재로서는 조영제에 의한 과민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안타깝지만. 조영제 투약 후 부작용이 있었던 환자에 대해서 전처치를 하고, 가능한 한 비이온성, 저삼투압의 조영제를 쓰고, 부작용이 있었을 때 사용한 조영제가 어느 것이었는지 파악해서 가능한 한 그 약제를 피하는 방법 밖에는... 물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쓴다고 해서 완벽히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이전에 아무 반응이 없었다고 해서 다음 번에도 100% 괜찮을 거라고 말할 수도 없다. 확률이 매우..

카테고리 없음 2015.12.20

칠순.

#. 고모부 고희를 맞아 오랜만에 친척들이 조촐히 모이는 자리를 가졌다. 미국서 자리잡은 사촌형님댁도 겸사겸사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 나들이. 조카들은 처음 보는데, bilingual이 참 부럽더라. (학교?유치원?에서 스페인어도 가르친다고 하니 3개국어를 하는 셈이네.) 역시 애들은 외쿡에서 낳아 키우거나, 일찍이 외쿡으로 건너가 키우거나. 물론 내 남은 인생에 결혼과 아이라는 개념은 얼마 전에 지워버리긴 했지만. 가정도 없고, 업에서도 이제서야 겨우 출발점을 떠난 상태인데 내 인생은 이제 반환점을 돌 때가 되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 했는데 수신제가도 못하고 있으니... 아버지 칠순도 이제 5년밖에 안 남았다. #. 12시 넘어서 지친 몸을 이끌고 아무도 없는 좁은 방에 들어와 불을 켜고, 냉기를 떨구..

For The Record 2015.12.19

허세

스타벅스 커피가 다른 커피보다 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내 수준이면 집에 있는 인스턴트 믹스 커피나 연차방에 있는 캡슐커피만으로도 충분하고도 넘치는데 매일 출근도장을 찍어가면서, 게다가 내가 갖지도 않을 다이어리를 위해 도장을 모아가면서 남들한테 다 퍼주는 짓거리를 하고 있는가. 다 쓸데없는 허세요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라도 존재감을 얻고 싶은 건지도 모르지. 주말마다 밤새가면서 축구를 보고, 해외팀에 꽂혀서 팀 상품들을 사들이는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그렇겠지.

For The Record 2015.12.14

첫 블프 해외 직구

도르트문트 팬샵에서 겨울 패딩과 장갑을 주문하였으나... 현지 팬샵에서 레인자켓을 입어봤을 때 L가 적당하길래 겨울 패딩은 안에 이것저것 껴 입을 걸 생각하면 조금 커도 괜찮겠지... 라고 생각했으나 내 예상보다 더 컸고, 색도 뭔가 약간 바랜 듯한 느낌이었다. 장갑은 BVB 패치? 자수?가 약간 비뚤게 박혀있는데다가 손에 꺼끌꺼끌한 느낌이 들어서 도저히 애용할 것 같지가 않았다. 주말에 고이 포장하여 환불을 위한 배송을 해야겠다. 생애 첫 블프 해외 직구는 결론적으로 망했어요.

For The Record 2015.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