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K./MusiK

Eric Clapton 내한공연 간단후기

Angelus 2011. 2. 25. 22:10

시간이 앞선 공연보다 한 시간 빨리 시작하는데다 날씨도 무척 따뜻한 덕에 올림픽공원에서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편의점은 물론이거니와 입장하는데도 줄을 설 정도로. 조금 더 일찍 와서 봄날씨나 즐기다 여유있게 들어갈 걸 그랬나...


기념품으로 여러 종류의 티와 모자, 피크 세트, 피크 열쇠고리를 팔고 있었다. 티가 깔끔하니 나름 괜찮아 보였으나, 현금이 없었던 관계로 제일 싼 피크 세트를 구입. 이번 기회에 다시 기타나 배워볼까?...

일곱시가 되자 바로 밴드와 에릭 클랩튼이 무대에 등장하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설마 정시에 시작할 줄이야!... 에릭 형님은 청바지에 파란색/흰색 체크 무늬 셔츠로 아주 자연스럽게 입고 나오셨는데, 이 의상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1. Key to the highway
2. Going down slow
3. Hoochie coochie man
4. Old love
5. I shot the sheriff

물 마시고 무대 살짝 정리하고 의자에 앉아 공연 재개. 다시 달리기 전 잠깐 숨을 고르는 듯한 느낌.

6. Driftin
7. Nobody knows you when you're down
8. River runs deep
9. Rocking chair
10. Same old blues
11. When somebody thinks you're wonderful
12. Layla
초반 기타 솔로에 이어 너무나도 친숙한 멜로디가 나오는 순간 엄청난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연주가 끝난 뒤 잠깐 쉬었다 가겠지? 했는데 바로 다음 곡으로 가더라는. 두 시간 동안 물 마실 때 빼곤 쉬지않고 연주하고 노래하고... 다른 가수들도 그렇지만 정말 대단한 체력이다. 더군다나 그 나이에... 산수유라도 드셨나.

13. Badge
14. Wonderful tonight
Layla에 이어 첫 소절이 울려퍼지자마자 우레와 같은 환호와 박수.
15. Before you accuse me
16. Little queen of spades
17. Cocaine
이 날 공연 최고의 시간. 시작하자마자 사람들이 앞쪽으로 몰려나가서 방방 뛰고 손 흔들고 완전 난리 블루스... 'Cocaine' 소절만 나오면 유난히 사람들이 합창을 해댐... 에릭 형님과 그 일당들께선 '아니 여기엔 마약 못해서 환장한 사람들만 모였나?' 라고 생각했을지도... 디카 메모리카드 용량이 조금 모자라서 앵콜곡 crossroads를 위해 남겨두느라 이 부분을 촬영하지 않은 게 무척이나 아쉬웠다.
18. Crossroads
cocaine 연주가 끝나고 무대 뒤로 사라진 일동을 향해 열렬한 박수와 함성을 보낸 지 약 2분만에 다시 무대로 돌아와 앵콜곡으로 crossroads를 하사해주시었다.


곡 끝나면 사람 좋은 미소와 함께 온리 " 땡큐! "... 다른 말은 한 마디도 안 하시고 오직 땡큐!... 원래 공연때 과묵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자꾸 들으니 은근 중독되는 듯 했다. 중반 이후부터는 관객들도 거기에 재미(?)를 붙여서 땡큐! 를 따라하기도 했다는...


이 날 공연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흥겨운 놀이 한 판' 이었다고 말할 수 있으려나. 그의 기타 선율은 우리의 마음을 후벼파면서도 흥겨움에 절로 고개를 흔들게 하는 마력이 있다. 공연 중간중간 플로어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쭉 바라보곤 했는데, 머리가 마치 매스게임하듯이 집단으로 흔들흔들하는 모습이 어찌나 재밌던지. 조명이 무대 뿐만 아니라 객석까지 환히 비추어줄 때가 있어서 전체를 다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2층 끝가지 관객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그 사람들 머리가 다들 리듬에 척척 맞추어서 흔들리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정말 가~관이야 가~관! ...

그리고 무엇보다도, 감동적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현란한 손놀림과 솔로 연주. 때론 넋을 잃고, 때론 미친 듯이 환호했다. 이날 우리는 신을 영접했습니다.



딱 하나 아쉬웠던 건, 공연 시작한 지 거의 한 시간이 지나서까지 뒤늦게 들어와서 자리 찾는 사람들... 그리고 무슨 일이 그리 바쁜지 계속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 무슨 사정인지는 알 바 아니고, 다른 사람들한테 민폐끼친 거라는 것 꼭 알고 반성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