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K./MusiK

쿠라키 마이 콘서트: BEST in KOREA part 1

Angelus 2009. 11. 17. 19:54
벌써 사흘이나 지났는데도 여운이 강하게 남는다. 그 모든 순간 순간을 계속 기억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하루에도 여러 번 듣고 있는데... 조금씩 조금씩 퇴색되어 가는 것 같아 조금은 아쉽기도 하고, 그러기 전에 조금이나마 감상을 남겨둬야 겠다.
 



부랴부랴 공연장인 멜론악스에 도착하니 여섯시... 이미 1층 로비는 북적북적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팬클럽 회원들로 보이는 분들이 노란색 천조각과 'chance for you' 가사가 적힌 종이를 나눠주고 있었다. 아마도 마지막 곡이리라... 정면 입구 앞에서는 몇 가지 굿즈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가격이 좀 세긴 셌다. 솔직히 쇼핑백같은 비닐백이 8천원, 아마도 중간에 휘두르게 될 것 같은 머플러/타월이 2만 7천원, 팸플릿이 4만원, 핸드폰줄이 만 6천원인가 그렇고 티셔츠도 있었는데... 이건 얼만지 기억안나고. 고민하다 결국 백, 머플러, 팸플릿을 사고 말았다.


머플러.

많이 흔들고 싶었는데.


팸플릿. 꽤 알찬 사진들로 가득하다.

백 정면

백 측면




관객중엔 원정온 일본팬들도 상당히 많았다. 한국이 가까운 나라라곤 하지만 해외 원정까지 올 정도면 '진짜진짜 팬' 들인 거겠지? 확실히 그만큼 나이도 조금 있어보이고... (최소 내 동년배 정도?...) 우리나라 관객들도 생각보다 팬층이 다양했다. 초딩까진 아니었겠지만 중고생 정도로 보이는 팬들부터 적어도 오십대 중반 이상 되어 보이는 분들까지. 그리고 적어도 30대 중반 이상으로 보이던 분들이 가장 앞동네에서 가장 열광적으로 공연을 즐겼다는 거... 몸이 좀 불편해보이시는, 휠체어에 앉은 분도 있었던 것 같은데, 정말정말 골수팬들이신가보다. 나도 이번 공연을 계기로 좀 더 제대로 된 마이짱 팬이 되어야지.

......


7시를 아주 살짝 넘겨서, 드디어 불이 꺼지고,

여.신.강.림.


그와 동시에 1층 관객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흥겹게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예매할 때 고민하다 편하게 감상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2층 가운데 맨 앞 좌석으로 했는데, 그냥 1층 열 세번째 줄이라도 갈 걸 그랬다. 그나마 공연장이 그렇게 크지 않은데다 2층에서도 맨 앞줄이어서 마이짱 보는데는 전혀 지장없었지만 최대한 가만히 앉아서 봐야 하는게 무엇보다 마이짱한테 정말 미안했달까... 물론 나도 좀이 쑤셔서 견디기가 참 어려웠고.
 

우리말이 받침도 많고 연음될 때의 발음의 변화도 좀 심해서 어렵단 걸 감안해서라도, 조금은 힘겹게(?) 우리말로 인사하고 - 몬인도 처음 우리말로 몇 마디 하고 나서 웃으면서 일본어로 '어렵네요' 라고 할 정도였으니까 - 분위기를 띄우던 모습이 너무 귀엽게 느껴졌다. (어쨌든 나보다 실제로도 어리고 겉보기 등급으로는 한참 어려보이니까 귀엽단 표현이 이상하진 않겠지...) 중간중간 일본어로 말할 때도 있었는데, 별로 어려운 말이 아니어서 그런지 전부 알아들을 수 있었다는 게 살짝 흐뭇...


전체적인 공연의 흐름은 초반에 미디움 내지 살짝 빠른 템포의 곡들로 분위기를 띄우고, 발라드로 차분하게 숨을 고른 뒤에, 비축해 둔 에너지를 댄스곡들로 쏟아내고, 여기에 탄력을 받아 모두가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그런 흐름이었달까. 가능하면 곡별로 감상을 남겨보려 했는데, 솔직히 내가 그렇게 마이짱 노래에 조예가 깊은 것도 아니고 (그래요... 나 마이짱 노래 들은 거 그렇게 오래는 안 되었거든요... 반성합니다...) 순서조차 많이 헷갈려서 그렇게까지는 못할 것 같고, 나중에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만이라도 꼭 글로 남겨보려 한다.
 

세 시간 동안의 공연 동안 다섯 번 옷을 갈아입었다. 첫 의상은 인터넷 기사에 나온 사진의 그 옷. (궁금하면 찾아보시라) 처음에는 조명을 받을 때마다 반짝이길래 큐빅인가 했는데 어두워졌을 때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게 전구 같은 것들이 박혀있던 것 같다. 두번째 의상은 아랫단의 풍성한 주름에 시선을 확 잡아끄는 커다란 황금색 리본이 왼쪽 가슴에 달려있던 하얀색 탑 드레스로 발라드에 어울리는 공주 느낌의 의상이었던 것 같다. 세번째는 강렬한 댄스곡에 어울리는 진한 핑크계열의 원피스였는데 머리를 올리니까 한순간에 청순 공주에서 섹시한 여신으로 바뀌어버린 것 같았다. 머리내린 것도 예쁘지만, 올린 머리하고 목선을 드러내니까 진짜 확... ^^;; (다음 표현은 각자 상상에 맡기겠슴다) 그 다음은 좀 헷갈리는데 스키니인지 레깅스인지 잘 구분이 안갔던 타이트한... 백과 청이 뒤섞인 듯한 하의에 발레옷같은 느낌의, 치마라고 해야 하나... 레이스같은 게 달려있는 듯한 상의였던 것 같은데 어쩜 이건 내가 팸플릿 사진 중 한 장면하고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분 후기 보니까 그냥 워싱진이었다고 하는데...) 아무튼 무대 뛰어다니면서 맘대로 놀기 딱 좋은 그런 옷이었는데... 그리고 마지막엔 조명하고 어우러지면 블링블링한 게 완전 자체발광 느낌의, 온통 큐빅으로 박혀있는 듯한 의상. 보기엔 심플한데 빛만 받으면 어찌나 화려하던지. 그래, 꼭 무도회장 미러볼 느낌이었다고 하면 비슷하려나?... 앵콜땐 심플하게 진에 공연 공식 티셔츠. 입지도 못할 거지만 이왕 돈 쓰는 거 티셔츠까지 사버릴 걸 그랬나?... 내가 좀만 마르고 1층에 있었더라면 아마도 셔츠 사서 갈아입고 들어갔을텐데.


퍼포먼스 이외에 다른 토크나 이런 게 별로 없었던 건 언어가 달라서 의사소통이 원활치 않다는 것도 좀 영향이 있었을지 모르겠다만 그건 원래 그의 다른 공연이 어떠했는지 잘 몰라서 뭐라 말할 수는 없고, 오히려 그런 것 없이 세 시간 남짓 마이와 그 일당(!)들의 정열적인 무대를 신나게 즐길 수 있었던,  공연 그 자체에 충실한, 아주 속이 꽉 들어찬 공연이었다. 조금도 한 눈을, 한 귀를, 딴 생각을 할 수 없는 몰입도 100% 였달까. 확실히 CD와 LIVE는 정말 다르다. 화려한 시각적 자극까지 더해져서 그 감동이 몇 배로 증폭되니까. 처음 CD로 들을 때는 올라갈 때 좀 힘겹게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이 부를 때도 있었는데 (뭐랄까... 그런 면에서 우타다 히카루를 처음 들었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오히려 LIVE로 들으니까 확실히 노래 잘 하는구나 싶었다. 그렇게 몸을 움직이고 무대를 뛰어다니면서도 그다지 흔들리지 않는 음정,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한 음 한 음에 넘치는 힘, 곡의 분위기를 완전히 살려내는 감정 몰입까지. 역시 TOP 카슈는 다르구나. 10년이라는 시간은 대단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이나 동영상에서 볼 때도 느꼈던 거지만 실제로 눈 앞에서 보니까 정말 가냘프다 못해 너무너무나 말랐다. 근데 대체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오는지, 정말로 놀랍다. 옷 갈아입고 새로운 무대를 준비하는 몇 번의 막간을 제외하고는 - 즉 공연 내내 모두가 잠깐 숨을 돌릴 수 있었던 건 기껏해야 20분 정도 밖에 안 되었다는 거... - 조금도 쉬지 않고, 모든 노래를 live로 소화하면서 춤추고 정신없이 무대를 뛰어다니고... 점프하는 걸 상당히 좋아하는 것 같았다. 공연 후반부때는 마지막에 거의 점프한 뒤 무릎 앉아! 자세였던 것 같은데... 1층에 있었으면 같이 뛰었을텐데! 아휴... 아마도 stand up! 때부터는 2층도 다 일어서서 크게 박수치고, 손 흔들고, 마이짱 따라하며 제대로 즐겼던 것 같다. 마이짱도 중간중간 2층도 큰소리로! (물론 일본어로! ^^) 라며 2층 관객들의 참여를 계속 독려했었고... 세 시간 남짓동안 워낙 다들 열광적으로 호응해줘서 내심 마이짱도 감격해하지 않았을까?  


이번에 산 앨범에 들어있는 DVD로 예습을 좀 하고 갔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해서 안타깝다. ( DVD가 재생이 안 되네... 화면은 나오는데 소리가 안 나오는게 좀 이상하다... ) 나도 그 모든 동작 하나하나 완벽히 따라하고 싶었다구... 물론 관람장소의 제약(?)도 있긴 했지만 1층에서 사람들 몸 움직이는 거 보면서 어찌나 부럽던지. 몸을 움직이는 것 뿐만 아니라 제때제때 그 동작이 나오니까, 아, 진짜 팬들이구나, 나도 저렇게 되었어야 하는데 싶어서. 그리고 노래 가사들을 다 외우지 못한 것도 아쉽고. 일본어 공부에 매진중이긴 한데 여전히 노래가사까지 술술 외우는 건 어렵다. 물론 라이브로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었지만 노래는 따라 부르는 맛이 또 쏠쏠한 법인데... 너무나도 만족한 공연이었지만 좀 더 확실히 즐길 수 있었을 것을.


하고 싶은 말은 여전히 잔뜩 있는 것 같은데 잘 표현이 안 된다. 그냥 여전히 아쉽고 또 봤으면 좋겠다...고 하면 간단히 정리가 되려나?... 한국엔 또 오려나? 아니, 하다못해 공연 실황 정도는 DVD로 나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