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3월. 그러고 보니 8년전 이맘때였다.
데포르티보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태클을 받았고 중족골 골절상을 입었다.
그 날 새벽 경기를 보지 못한 난 점심 때가 되어서야 그 사실을 알았고
- 당시만 해도 그냥 발목이 부러진 줄 알았다 -
월드컵에서 그를 보지 못할 거란 생각 때문에 공황 상태에서 남은 하루를 보냈다.
덕분에 친구 중 한 명은 내 발이 부러진 줄 알았다지.
......
기적적으로 월드컵에 맞추어 돌아오긴 했지만 우리가 기대하던 모습은 아니었다.
골키퍼의 태클이 부상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충돌 당시의 사진을 보면 왼발이 약간 많이 꺾인 듯하기도 하고.
저러다 부러지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디딤발인 왼발이 많이 꺾이는 평소의 킥 모션을 생각해보면
그동안 알게 모르게 왼발에 무리가 많이 간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원인이 무엇이든, 그는 왼쪽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다.
그리고 그 순간 4회 연속 월드컵 출전의 꿈도, (어쩌면 잉글랜드 최다 A매치 출전 기록도) 사라져버렸다.
아직도 탑 레벨에서 충분히 뛸 수 있다는 걸 감독에게 보여주기 위해
- 그 감독이 파비오 카펠로라는 사실이 참으로 아이러닉하다 -
자기자신을 몰아부쳤던 이유가 산산히 부서진 지금, 그는 어떤 기분일까?...
어쩌면 이대로 영욕으로 점철된 그의 축구 경력을 접게 될지도..
8년전과 지금 그의 대표팀에서의 위상은 큰 차이가 있고,
나 역시 그 때만큼의 공황상태는 절대 겪지 않고 있지만,
내가 느끼는 실망감과 안타까움은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베컴은 나에게 잉글랜드 대표팀 그 자체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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