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The Record 130

휴식

​​아무도 없는 (물론 중간중간 일이 있는 사람들이 한 두 명 들어왔지만) 연차방에서 마치 전세낸 것 마냥 불을 꺼놓고 허니와 클로버 정주행을 시작했다. 허니와 클로버. 12월 중순이 넘어가면서부터 다시 보고 싶어졌던 왕년의 청춘만화. 청춘의 바이블이요 레전드인 애니메이션. 10년 전 감성과 지금의 그것은 조금 다르지만, 그 울림은 여전하더라.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케모토에 감정이입되는 건 똑같다는... 1주 남짓한 시간, 어떻게 보내더라도 다시 일하기 시작하면 지금 이 시간이 아쉽고 후회스러워 지겠지. 어차피 그럴 것, 내 스타일대로 내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시간 보내면 되지... 사실 심적 물질적 여유도 없기도 하거니와. ​​​​

For The Record 2016.01.22

칠순.

#. 고모부 고희를 맞아 오랜만에 친척들이 조촐히 모이는 자리를 가졌다. 미국서 자리잡은 사촌형님댁도 겸사겸사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 나들이. 조카들은 처음 보는데, bilingual이 참 부럽더라. (학교?유치원?에서 스페인어도 가르친다고 하니 3개국어를 하는 셈이네.) 역시 애들은 외쿡에서 낳아 키우거나, 일찍이 외쿡으로 건너가 키우거나. 물론 내 남은 인생에 결혼과 아이라는 개념은 얼마 전에 지워버리긴 했지만. 가정도 없고, 업에서도 이제서야 겨우 출발점을 떠난 상태인데 내 인생은 이제 반환점을 돌 때가 되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 했는데 수신제가도 못하고 있으니... 아버지 칠순도 이제 5년밖에 안 남았다. #. 12시 넘어서 지친 몸을 이끌고 아무도 없는 좁은 방에 들어와 불을 켜고, 냉기를 떨구..

For The Record 2015.12.19

허세

스타벅스 커피가 다른 커피보다 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내 수준이면 집에 있는 인스턴트 믹스 커피나 연차방에 있는 캡슐커피만으로도 충분하고도 넘치는데 매일 출근도장을 찍어가면서, 게다가 내가 갖지도 않을 다이어리를 위해 도장을 모아가면서 남들한테 다 퍼주는 짓거리를 하고 있는가. 다 쓸데없는 허세요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라도 존재감을 얻고 싶은 건지도 모르지. 주말마다 밤새가면서 축구를 보고, 해외팀에 꽂혀서 팀 상품들을 사들이는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그렇겠지.

For The Record 2015.12.14

첫 블프 해외 직구

도르트문트 팬샵에서 겨울 패딩과 장갑을 주문하였으나... 현지 팬샵에서 레인자켓을 입어봤을 때 L가 적당하길래 겨울 패딩은 안에 이것저것 껴 입을 걸 생각하면 조금 커도 괜찮겠지... 라고 생각했으나 내 예상보다 더 컸고, 색도 뭔가 약간 바랜 듯한 느낌이었다. 장갑은 BVB 패치? 자수?가 약간 비뚤게 박혀있는데다가 손에 꺼끌꺼끌한 느낌이 들어서 도저히 애용할 것 같지가 않았다. 주말에 고이 포장하여 환불을 위한 배송을 해야겠다. 생애 첫 블프 해외 직구는 결론적으로 망했어요.

For The Record 2015.12.03

June Madness

메르스에 대한 공포와 그로부터 비롯되는 비상식적이고 질나쁜 행동은 의료인들도 예외가 아닌가 보다. #. 감염내과 교수님과 같은 연구실을 사용하는 교수님이 전임의실로 방을 옮겼다고 함. #. 감염내과 전임의 선생님과 같은 당직실을 사용하는 타과 전임의들이 감염관리실에서 지침이 내려온 것처럼 꾸며 다른 방을 쓰도록 쫓아냈다고 함...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도 이런 행동을 하는데, 메르스환자가 있는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과 그 가족들을 마치 '병균의 온상' 처럼 취급하여 어울리지 못하게 하는 일부 몰지각한 행태들을 어찌 거품을 물고 비난할 수 있겠는가 싶은 생각이 든다.

For The Record 2015.06.10

농촌 진료 후 단상

#. 대형병원 세팅에서만 환자를 봐 와서 그런지 아무 것도 없는 야생, 정글에 내던져진 느낌이다. 그리고 내가 의외로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다는 사실을 곱씹어 본다. #. 농촌 진료 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데, 실제로는 이 행사의 의도가 어느 정도나 반영이 되고 있는 건지?... 아파도 병원에 자주 가기 힘든 환자들이 오는 게 아니라, 병원을 여기 저기 다니면서도 서울대병원에서 나온다니까, 약 리필 받으려고, 평소 궁금하던 것들 물어보려고, 왔다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적어도 오늘은. #. 생초진 환자에게 약을 시작하는 것이 이렇게 부담스러운 일이었나? 약을 쓰기 위해 검사를 하자고 이야기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응급실이나 병실에서는 별 생각 없이 툭툭 날리던 오더인데... #. 그리고 내 맞은 편..

For The Record 2014.11.17

연구계획서

대학원 입시 때문에 내일까지 연구계획서를 내야 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좀 있을까 싶어서 예전에 썼던 자기소개서와 수학계획서들을 읽어봤다. 의대 입학 때, 피부과 지원할 때, 안과 사전 면접때... 안타깝게도 내과에는 문서화된 자료가 없었다. (시험 당일날 임상의학연구소 강당에서 면접을 기다리면서 자필로 써 냈던 기억이 있다.) 피부과 안과 지원서는 이제와서는 큰 의미없는 것들이니 상관없지만, 의대 입학시의 꿈?은 무엇이었는지? 아니 뭐라고 지어냈는지?... " 현재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로는 비만, 관절염, 각종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등이 있다. " 여기저기 빙- 돌아서 결국 내과에 온 나는 지금 내분비도, 류마티스도, 감염도 아닌 소화기. 나는 소화기계 질병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누가 ..

For The Record 2014.10.19

2012: Survival

2011년에 제대로 한 것은 병원 다시 돌아가는 것 밖에 없구나. 그것마저도 잘한 건지 여전히 확신이 서지 않고. 운동은 후반기엔 이것저것 핑계로 완전 쉬었으니 절반의 성공이라고 해두자. 나머지는 전혀 뭔가 이렇다할 성과를 보인 게 없네. 올해 목표는... 살아남기. 좋다. 그렇기 위해선 육체적, 정신적, 지적으로 단련해야겠지! 하루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말자. 특히나 전역하는 날까지는 더더욱. 인생에 있어서 마지막 여유가 될 4개월을...

For The Record 2012.01.02

연필깎기

무려(!) 하이샤파. 샤프는 좀 올라가서나 썼지, 국민학교 저학년때는 다 연필을 썼다. 연필깎기는 필수품이었는데, 연필깎기하면 무조건 샤파... 였지. 그 중에서도 샤파가 보급형이라면 하이샤파는 더 비싸고 모양도 다양하고 예쁘게(?) 나와서 좀 사는 집 애들 책상엔 웬만하면 하이샤파가 있었던 듯. 물론 더 잘 사는 애들 집엔 (보통 외국서 사온) 자동 연필깎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없지만 내가 쓰던 건 호돌이가 그려져 있었던 (것 같은) 샤파였다. 본체는 하얗고 손잡이와 연필 넣는 부분은 파란 색... 우리 집에도 나중엔 자동 연필깎기가 생겼다. 아버지가 일본 출장 다녀오시면서 사오신 그 것은, 헬로우 키티.

For The Record 2011.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