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The Record

쉽지않은 호스피탈리스트 구하기

Angelus 2016. 2. 21. 01:06

호스피탈리스트를 모집하였으나 결국 구인에 실패했다고 들었다. 중앙병동 한 곳을 온전히 호스피탈리스트에게 맡기려는 계획이었던 걸로 알고 있었는데... 그게 어긋나면서 당장 다음달부터 시작될 1년간의 병동배치에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최소 4명 모집에 2주 주간, 1주 야간, 1주 오프 체제로 운영하려는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급여 수준은 정확히는 모르지만...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로는 천만원 안팎이었던 듯하다. (분당병원 호스피탈리스트 선생님들은 작년에 사석에서 급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소문보다 훨씬 적다며 억울함(?)을 토로한 적이 있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지원이 없을까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업무의 과중함과 전문성 및 장기적 전망의 결여가 그 원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근무환경을 보자면, 2주동안의 주간 근무때는 20명 정도의 주치의를 해야 하고 1주간의 야간 근무때는 40명 정도의 환자를 대상으로 당직 근무를 서야 한다. 그리고 맡게되는 중앙병동의 특성상 다양한 분과의 폭넓은 중증도의 환자가 입원하게 된다. 

환자의 주치의가 된다는 건 그 환자의 모든 문제를 파악하고 그 중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해결해내야 하는 것이다. 큰 방향은 '(특진)지정의'가 결정하겠지만 그 이외의 문제들에 대해서는 주치의가 파악하고 입원기간동안 문제가 되지 않도록 적합한 처치를 해야 한다. 일차적으로 환자 및 보호자가 가장 많이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수많은 검사 결과들과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굳이 조금 과장해서 비유를 하자면... 20명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 되는 셈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이 주치의라는 게...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한데 글로 잘 표현할 수 없는 게 안타깝다) 비슷한 돈을 받을 수 있다면, 아니 조금 적게 받더라도 스트레스 덜 받는 곳에서 일할 수 있다면 그 쪽으로 마음이 더 쏠리지 않을까? 

역할면에서도 교수대우, 교수직급이라고는 하지만 과연 전공의들에게 어떤 교육을 하게 될 것이며 그럴 수 있는 시간적 여건이 될 지도 불확실하다. 그리고 입원환자전담의라는 역할이 과연 개인적인 발전의 기회가 될 것인가? 라고 물어본다면, 본인의 원래 세부전공 분야에서 꾸준히 환자를 보고 관련 연구를 하기 어려운 환경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하긴 어려울 것 같다. 

즉 보수에 비해 업무의 양과 부담은 과하고(가성비가 크게 떨어지고) 결코 안정적인 위치가 아니며, 장기적으로도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서의 커리어를 이어나가는 데 있어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솔직히 말하면 젊은 의사들에게 호스피탈리스트란 아직까진 아마 '돈 좀 더 받는 펠노(펠로우+노예)' 나 '1-2년 정도 할 수 있는 알바'로 와닿을 듯 하다. 병원에서 생각하는/가능한 조건과 현실과는 그 만큼의 큰 간극이 있는 셈이 아닐까.

지금까지의 썰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호스피탈리스트에 대한 이야기이고... 분당병원은 작년부터 나름대로 잘 운영하고 있는데 왜 모병원은 모집에 실패하였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분당병원에서는 입원환자전담전문의라는 역할과는 조금 떨어져 있어서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들 중 내과에서 주가 되어 진료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각 분과로 입원하기 전까지 담당하는 역할이어서 사실 어찌보면 엄밀한 의미의 입원환자전담전문의로서의 호스피탈리스트와는 조금 동떨어진 역할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모병원에서 과연 중앙병동을 어떻게 운영하려 했는지-기존의 병동제를 유지하려 했는지 아님 일종의 응급병상처럼 활용하려 했는지- 알 수 없지만... (근데 만일 후자라고 한다면... 모병원의 응급실을 통한 내과입원환자들의 중증도는 국내최고수준이라는 걸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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