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The Record

기차여행

Angelus 2016. 1. 28. 21:44

호쿠토세이(북두성), 카시오페이아. 우에노와 삿포로를 연결하는 일본의 침대특급열차 노선이다. 호쿠토세이는 2013년인가에 운행이 종료되었고, 카시오페이아도 올해 3월말을 기점으로 운행이 종료될 예정이라고 한다. 



허니와 클로버를 다시 보고 있는데 하필이면 두 열차가 어제 몰아본 (각각 다른) 편에 등장했다. 10년 전에 처음 볼 때는 찾아볼 생각도 없었고, 지금처럼 위키가 활발하지도 않았을 거고, 여행에 별 관심이 없었기에 그냥 넘어갔는데, 살다보니 이런저런 배경지식들이 쌓이고 다시 예의 사소한 데에서 쓸데없는 의미찾기 병이 도지고 있는 터라... 


공교롭게도 두 열차가 모두 침대차라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침대차에서의 기억이었는데. 침대차에서 밤을 보낸 건 두 번 정도 였던 것 같다. 본4때 약 3주에 걸쳐서 유럽에 갔을 때였는데. 한 번은 일행들끼리만, 한 번은 여행중인 스위스 청년 세 명과 한 칸에.  


나는 기차여행을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그 전에 일단 여행이란 걸 거의 가질 않았지만- 기차를 타는 데에 이상한 로망 같은 게 있다. 기차는 버스보다 객단가는 비싸지만, 일단 지각에 대한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아도 되고, 상대적으로 쾌적하다. 버스에 비해 온전한 내 자리라는 느낌도 크고. (물론 이건 한 번 이용하게 되면 주로 일등석을 이용하는 탓이 클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유럽 여행을 다녀왔을 때도 유레일 일등석으로 끊으니 확실히 서비스도 좋고 좌석도 편하고, 바깥경관도 보기 좋더만... 그러고 보니 10년 전 유럽여행때도 일등석 끊고 스위스 여행때 통유리로 되어 있는 골든패스 파노라마 객차타고 철도와 연결된 유람선에선 사람 적은 윗층 갑판에서 사진 찍으며 놀았던 즐거운 기억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차여행이 좋은 데에는. 온전히 멍하니 있으면서 경치를 감상하거나 사람들을 관찰하더라도 딱히 아깝지 않은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것. 

도착하려면 17시간.
컴퓨터도 가져오지 않았고, 서류도 사무실에 두고 왔어.
어쩔 수가 없네.
단념하고 멍하니 있자.

대단해.
이렇게 아무 것도 안 하고 시간을 보내는 게 몇 년만일까?

모두 이런 시간을 돈주고 사는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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