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The Record

커피 한 잔

Angelus 2008. 7. 23. 00:25
매우 드물게 네시 반 정도에 수술장 일이 끝나서

- 정확히는 더 이상 내가 일하는 64병동 환자가 없었기 때문에 -  

(당직실에서 쉬지 않고!) 병동에 쌓인 일을 처리하고 나니 너무 졸려

- 사실 오전 8A  수술이 복강경 수술이라 당직실에서 거의 3시간을 잤음에도 불구하고 -

글로리아 진스에 커피를 마시러 갔다.



카운터 앞에는 4월에 보라매 ER 내과 담당 중 한 분이었던 3년차 K 선생님이 계셨다.

나는 당직식권을 열심히 뜯으면서 못본 척 하고 있었는데

K 선생님은 나를 발견하고 이리 오라며 오랜만에 만났는데 한 잔 사주겠다고.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원 샷 추가를 하고 싶었지만, 얻어먹는 마당에 추가까지 하긴 뭣해서.
 
K 선생님 曰, '이젠 좀 잘 하나? 흐흐'

ER에서 많이 혼냈지만 자기도 인턴때 ER에서 무지 많이 혼났었다고.

그리고는 웃음과 함께 일 잘하라는, 격려인지 질책인지 모를 - 아님 둘 다 일지도 -

말씀을 남기고 바삐 사라지셨다.



ER  당시에는 정말 너무 많이 혼나서 앞으로 얼굴을 어떻게 보나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적어도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지는 않은 것 같아 다행인지도.

그 선생님이 원래 좋은 사람이어서 그런건지도 모르지만...

근데 내가 정말 일을 못하긴 못했었나보지?

벌써 3개월이나 지났는데도 많이 혼냈었다고 기억하고 있는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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