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고 성실한데 뭔가 부족해-
5월, 수술이 끝난 후 보라매 비뇨기과 치프선생님이 웃으며 하신 말씀.
어제, 또 이 말을 떠올려 버렸다.
어제 들어간 수술방은 정형외과방.
MIBP (평균혈압) 를 60-65 사이로 맞춰줄 것을 요구하였고, 처음 시작때까진 잘 조절이 되었다.
그러던 것이 본격적으로 째고 깨기 시작하면서 80대로 치고 올라가기 시작-
일단 걸고 있던 수액 최소로 잠그고
혹시 통증에 반응하나 싶어서 sevo도 올려보고도 하였으나 역부족.
눈에 띄는 labetalol은 적정용량을 모르니 함부로 사용할 수도 없고...
결국 밥 먹으러 간 사이에 교수님이 labetalol과 fentanyl로 제압하셨다.
혈압을 낮춰놓으니 이제는 떨어지는 게 문제-
3-way가 여러 개 달려있고 거기에 있는대로 수액이 달려있어서 정리도 안 되는데
문제를 해결하려니 당황하기 시작-
피는 줘야겠는데 생전 처음 보는 (당연한 건가)
cell saver는 (이 이름도 끝나고 나서 물어봐서야 알았다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겠고
일단 volume을 늘리잔 생각으로 voluven을 준다는 것이 엉뚱한 수액을 줄 뻔하고
(남들은 다 제대로 주는 것 같던데ㅜ.ㅜ)
3-way들을 잘못 돌려놔서 피가 몸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수액쪽으로 역류하고
다른 line 연결하려고 하나 뺐는데 안 잠겨있어서 수액 펑펑 쏟아지고-
그것도 나 혼자 있을 땐 안 그랬는데 선생님 계실 때 삽질을...
선생님은 뒤에서 킥킥 웃으시고...
지난 번에는 마취 시작할 때 line을 거꾸로 꺾고 주는 바람에
교수님 曰
여기도 허당이네
인턴 생활도 벌써 4개월짼데 여전히 하는 건 뭔가 부족해-
어색어색- 하다고나 할까-
세상은 착하고 성실한 것만으로는 (실제로 그렇지도 않을 뿐더러) 부족하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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