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The Record 130

11월이다.

작년 이맘때엔,모든 걸 다 내려두고 시험공부에만 매진하지...는 않고 마지막이 될 지 모를 온전한 자유시간을 만끽했다. 자고 싶으면 자고, 운동하고 싶을 때 운동하고, 먹고 싶으면 먹으러 가고, 공부가 안 되면 바람도 쐬면서. 군의관 시절 이후 4년 만에 맛보는 황금같은 나날이었다. 지금은,컴퓨터 앞에 앉아 잘 알지도 못하는 통계를 붙잡고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어보려고 갖은 수를 다 쓰면서, 잘 쓰여지지도 않는 논문만 이리 고쳤다 저리 고쳤다 하며, 언제 어떤 환자가 올까 노심초사하고 있구나. 그립다.

For The Record 2016.11.01

조금은 식은땀이 났던 하루

#1. 금요일 오후 내시경 세션에는 가끔씩 감염 관련 환자들이 내시경을 받으러 온다. 주로 HIV+ 인 환자들이 많고, 가끔씩은 설사와 관련된 Clostridium difficile, 또는 VRE(반코마이신 내성 장구균)을 가진 환자들도 있다. 분비물 접촉에 의한 이차 감염을 막기 위해 전용 내시경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검사에 관여하는 모든 의료인들은 보호 장구 및 덧가운을 착용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은 일반 환자들이 모두 검사를 받은 뒤에 시행하게 된다. 여러모로 제약이 있다보니 해당 환자들을 2주마다 한 번씩 금요일 오후 세션에 몰아서(?) 검사를 하고,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을 같이 시행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보통은 오후 위내시경 세션에 들어가는 전임의가 같이 하는 편이다. 금요일 오후 위내시경 ..

For The Record 2016.06.03

소소한 우울함

#1. 즐거운 시간이었어야 할 터인데 그다지 즐겁지 않았다. 4D가 쓸데없는 자극이 너무 많아 오히려 관람에 방해가 된 탓도 있지만, 동행인의 반응을 살피는 것도 피곤하고, 이전부터도 느꼈던 것이지만 무심한 듯한, 때로는 피곤한 건지 지루한 건지 알 수 없는 듯한 모습을 보면 집에 돌아오는 길엔 항상 물음표밖에. #2. 4D는 피곤하다. 자극이 너무 많아 오히려 영화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처음엔 안마의자같은 느낌이었는데 끝나고 나니 두들겨 맞은 듯하다. 앞으로 4D는 힘들 것 같다. 넓직하고 안락한 좌석, 풍부한 음향효과를 찾아다니는 것으로... 물론 내 수준엔 그냥 근처 영화관에서 늦은 시간에 조용히 혼자 보는 게 딱이긴 하다. #3 주중에는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도 (열심히는 아니어도) 일해야 하는 삶..

For The Record 2016.05.01

자율학습

스스로 공부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그저 내시경기사(?)가 될 뿐이겠지만. 없는 시간을 쪼개서, 주제를 정하고, 자료를 찾고, 정리하고. 까먹고. 의 무한루프. 외래에서 만나는 환자들. 집담회 케이스들. 저널. 교과서. 그러고보니 공부할 거리는 참으로 많구나. 그 와중에 언제 차트리뷰하고 논문을 쓰지? 그리고 중간중간 -일주일에 두 번씩은 원치 않는- 술도 마셔야 하고. 스스로 공부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For The Record 2016.04.10

벼룩의 간을 빼가라

일이야 그대로 이어서 이곳에서 하지만 어쨌든 신분은 전공의에서 전임의로 바뀌게 되므로, 행정적으로는 2월 퇴사 후 3월 입사하게 된다. 복지포인트라는 게 작년부터 지급되기 시작한 것 같은데 (그 전부터 다른 직원들에게는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전공의들에게는 이에 대한 안내가 작년부터 시작되었다) 부양가족 등등 뭐 이런저런 것들을 따져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반기당 10여만원, 1년에 20여만원 정도다. 그 포인트를 현금처럼 사용해서 '복지몰'에서 상품구매를 할 수 있는데 일반 인터넷 쇼핑몰보다 훨씬 비싸다는 건 차치하고... 복지포인트 관리 규정을 보니 중도입사자, 즉 올해의 경우 2016년 1월 1일 이후 입사한 사람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그리고 퇴사하면 당연히 남는 포인트는 자동 소멸. 2월 말에 퇴사..

For The Record 2016.03.05

2016

올해는 다행히도(?) 2월 29일까지라서 전공의 생활이 하루 더 남았다. 유예기간이 하루 더 있다는 사실에 지금은 조금 안도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고, 내일 이 맘때쯤부터는 극도의 불안에 떨겠지. 그리고 지난 4년간 그랬던 것처럼 조각잠을 자고는 눈이 시뻘개져서 병원에 나타나겠지. Feels like insomnia Feels like insomnia Feels like insomnia Feels like insomnia 밤은 깊어 가는데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 잠은 오질 않는데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 새벽이 밝아오는데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 인턴/군의관 끝나자마자 전공의로 하루 아침에 신분이 변하면서 집중포화를 몸뚱이 하나로만 받아냈던 것처럼 내일 모레부터는 어제까지 전공의였던 사람이 갑자기 전임의가 되..

For The Record 2016.02.28

쉽지않은 호스피탈리스트 구하기

호스피탈리스트를 모집하였으나 결국 구인에 실패했다고 들었다. 중앙병동 한 곳을 온전히 호스피탈리스트에게 맡기려는 계획이었던 걸로 알고 있었는데... 그게 어긋나면서 당장 다음달부터 시작될 1년간의 병동배치에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최소 4명 모집에 2주 주간, 1주 야간, 1주 오프 체제로 운영하려는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급여 수준은 정확히는 모르지만...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로는 천만원 안팎이었던 듯하다. (분당병원 호스피탈리스트 선생님들은 작년에 사석에서 급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소문보다 훨씬 적다며 억울함(?)을 토로한 적이 있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지원이 없을까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업무의 과중함과 전문성 및 장기적 전망의 결여가 그 원인으로 꼽..

For The Record 2016.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