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2010 월드컵

[2010 월드컵] Group E: 일본 vs. 네덜란드

Angelus 2010. 6. 20. 00:55
분하지만, 일본이 잘 했다.

수비전술이지만 아래로 내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끌어올려 상대를 압박했고, 각자 자리를 잘 지키며 철저하게 공간 위주의 수비를 했다. 네덜란드는 이리저리 공을 돌려가며 경기를 주도했지만 결정적인 찬스는 거의 만들지 못했다. 수비를 휘저어줄 수 있는 현란한 드리블러가 없었던 것도 네덜란드가 효과적으로 공격하지 못한 원인 중 하나가 아니었을지. (로벤의 공백이 너무 아쉬웠다!) 전반 중반 이후부터는 상대 좌우 풀백의 공격가담으로 빈 자리를 공략해서 네덜란드의 공격이 주춤하도록 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가와시마의 점프력이 조금만 딸렸어도 정면에서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스네이더의 중거리슛으로 실점하긴 했지만 그 이후부터 보여준 일본의 경기력은 더욱 훌륭했다. 사실 골이 터질 때만 해도 이제부터 일본이 무너지겠거니 내심 기대했는데, 오히려 반대로 일본이 경기를 주도해나갔다. 두 차례 역습으로 아펠라이에게 결정적 찬스를 허용하기도 했지만 아펠라이의 너무 정직한 슈팅과 첫 골 당시의 실수를 만회하는 가와시마의 선방 덕에 추가 실점을 막을 수 있었다.

철렁했던 오카자키의 슈팅. 정말 골대를 살짝 넘어갔다.


마지막에 오카자키 신지의 슛이 나올 때는 정말 철렁했다. 동점되는 줄 알고. 타나카 툴리오를 최전방으로 올려 타겟맨으로 활용한 변칙 전술이 잠시 빛을 발하려 하다 사그러드는 순간이었다. 

결국 졌지만 무너지지는 않았으니 자존심을 지킨 채 당당하게 그라운드를 나올 수 있었다. 오카다 감독이 나름대로 연구를 많이 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카메룬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것이 결코 운이 좋아서만이 아니란 생각과 함께 이 정도라면 정말 덴마크와도 해볼 만 하겠다는 '걱정'이 들었다. 네덜란드와 아르헨티나가 다른 만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4대1로 대패한 뒤라 그런지 상대적으로 우리의 패배가 더 초라해보이고 부끄럽게 느껴진다.